겨울철 동남아 여행 성수기를 앞두고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 지역이 여행 불가 지역으로 변모했다. 배낭여행객들의 주요 육로 이동 코스였던 국경 지대는 현재 양국 정규군의 포격전이 오가는 전장이다. 단순한 국지적 충돌을 넘어 민간인 거주지와 상업 시설까지 타격 범위에 들어갔다.
현지 상황은 ‘휴양’이나 ‘관광’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긴박하다. 국경 인근 7개 주에는 계엄령과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평소라면 국경을 넘는 버스와 여행객으로 붐볐을 도로는 피난 행렬과 군용 트럭으로 채워졌다. 지금 이 지역으로의 이동은 여행이 아니라 생명을 담보로 한 모험이다.
민간 시설도 타격, 안전지대는 사라졌다

전투의 양상이 과거와 다르다. 군사 시설만 정밀 타격하던 과거 교전과 달리, 이번 전쟁은 카지노, 호텔, 주요 인프라 시설까지 공격 대상에 포함되었다. 태국 공군은 F-16 전투기 등을 동원해 캄보디아 내 로열힐 카지노와 석유 저장소를 공습했다. 이는 여행객이 주로 머무는 숙박 및 위락 시설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뜻이다.
위험 지역은 구체적이다. 태국 측에서는 수린(Surin), 우본라차타니(Ubon Ratchathani), 시사껫(Sisaket) 지역이, 캄보디아 측에서는 오다르메안체이, 뱅떼이메안체이, 꼬흥 등 5개 주가 직접적인 교전권에 들었다. 양국 군대는 드론과 다연장로켓포를 동원해 국경을 넘나드는 화력전을 벌이고 있다.
피해 규모는 이미 통제 불능 상태에 가깝다. 태국과 캄보디아 양측에서 발생한 군인 및 민간인 사상자는 600명을 넘어섰다. 특히 태국 국경 지역의 병원과 민간 거주지까지 캄보디아군의 포격 사정권에 들면서, 현지에 체류 중인 외국인 관광객의 신변 안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중재 무산, 피난민 50만 명의 ‘대탈출’

외교적 해결에 대한 기대는 접는 것이 좋다. 지난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맺어졌던 휴전 협정은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파기되었다. 태국 총리 권한대행은 “주권이 확보될 때까지 군사 작전을 지속한다”고 못 박았으며, 캄보디아 국방부 역시 휴전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즉, 단기간 내에 상황이 진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사태의 심각성은 피난민 수치로 증명된다. 현재 국경을 떠난 피난민은 5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2011년 양국 교전 당시 발생했던 피난민 규모의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태국에서만 40만 명 이상의 주민이 학교와 사찰 등으로 대피했고, 2차 대피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동 수단의 마비도 예견된다. 대규모 피난 행렬로 인해 국경 인근의 도로망은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 혹여 육로를 통해 국경을 넘으려는 계획을 세웠다면 즉시 취소해야 한다. 현지 교통편이 끊기는 것은 물론, 교전 지역에 고립될 경우 영사 조력을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100년 된 불씨, ‘프레아 비헤아르’의 비극

이번 충돌의 근본적인 원인은 100년 넘게 이어진 영토 분쟁에 있다. 갈등의 핵심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프레아 비헤아르(Preah Vihear)’ 사원이다. 1904년 프랑스와 시암(태국)의 국경 조약 당시 잘못된 지도 측량이 화근이 되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1962년 이 사원을 캄보디아 영토로 판결했으나, 사원으로 가는 진입로와 주변 땅의 소유권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양국 국민에게 이 지역은 단순한 땅이 아닌 자존심이다. 태국은 잃어버린 영토로, 캄보디아는 지켜야 할 유산으로 인식한다. 2008년, 2011년에도 이곳에서 총격전이 벌어졌으나 이번 충돌은 지뢰 사고를 기점으로 전면전 양상으로 확대되었다. 역사적·감정적 골이 깊은 만큼 무력 충돌의 강도는 쉽게 낮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과거의 국지전으로 오판해서는 안 된다. 현재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은 중화기가 동원되는 실제 전쟁터다. 국경 인근 도시를 여행 경로에 포함시켰다면 전면 수정이 필요하다. 외교부의 최신 안전 공지를 수시로 확인하고, 해당 지역에 체류 중이라면 즉시 안전한 내륙 지역이나 제3국으로 대피하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